10억 뚫던 집 5억대 '손바뀜'…실종됐던 중저가 아파트 돌아왔다
'6억원→10억원→5억원'. 서울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던 시세 6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가 급감세를 멈췄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6~7채에 달했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6년여간 10채 중 1대 꼴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일부 중저가 단지들은 1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가 6억원 안팎으로 가격이 되돌아간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8일 부동산시세조사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 6억원 이하 가구 수는 9만7345가구, 전체 가구(116만4379가구) 중 비중은 8.4%로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여간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증발'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 집값 상승에 더해 대출 규제가 적은 중저가 아파트 매물에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다. 2017년5월 78만7277가구(비중 62.68%)에 달했던 서울 시내 6억원 이하 아파트는 2020년 말 26만6379가구(20.7%)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1년 말 다시 절반 이상 감소해 9만7268가구(7.9%)로 떨어졌다. 5년여 전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중저가 아파트 매물 품귀 현상은 지난해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야 진정됐다.
직거래는 가격 변동폭이 더 컸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돈암동삼성 114㎡는 5억8100만원에 직거래됐다.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가(10억7000만원)보다 5억원가량 내린 가격으로 2019년 9월(5억998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0년 상반기 4억~5억원대 거래됐던 은평구 신사동 미성 63㎡도 지난해 초 6억9300만원까지 거래됐다가 연말 4억5000만원에 직거래가 이뤄졌다. 다만, 돈암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직거래가 많았는데 직거래는 증여·상속 등 가족·지인간 거래가 많기 때문에 정상적 시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의 비중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추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앞서 가격이 올랐던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들이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중저가 아파트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구조적으로 중저가 아파트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 비중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