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리고 이자 눈덩이…계약금 날려도 "분양계약 해제할래"
청약에 당첨된 후 계약금까지 납부한 A씨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계약해제를 원했지만 분양업체에서는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아직 중도금을 납부하기 전이라 법적으로는 계약해제가 가능하다. 분양권을 전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매수 문의 조차 없어 법적인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다.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입주가 얼마 안 남았는데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경우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면서 "당시 높은 분양가에 계약을 했는데 최근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대출 이자 부담은 급증하면서 버티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계약체결 후 계약자의 변심, 귀책사유 등으로 인해 분양계약이 해제되는 경우는 계약 내용에 따라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 위약금은 계약서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통상 계약금 전액으로, 분양가격의 10~20%다.
중도금 대출 납부를 시작하면 계약해제 자체가 어렵다. 분양업체와 수분양자 사이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면 가능하겠지만 요즘처럼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해제에 동의하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다.
입주를 앞두고 계약 해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지났는데도 입주가 늦어지면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다. 이 때 계약금, 이자 등도 다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대형건설사는 자금 상환 여력이 되겠지만 시공·시행사가 영세할 경우 소송을 진행해도 여력이 안 돼 못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다.
A씨처럼 위약금을 감수하겠다고 통보했지만 계약해제가 쉽지 않은 경우는 계약무효확인소송을 통해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법원에서 해제통지를 하면 그 시점부터 계약 효력은 사라진다.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꺼내든 단지도 있다. 수분양자가 입주 전에 계약해제를 원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전액 돌려준다. 지난해 지방 아파트에서 먼저 시작해 수도권 단지들도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꺼내들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는 계약 시 현금 3000만원 지원 조건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계약해제를 해도 조건 없이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는 마케팅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계약금 안심보장제도도 가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계약금을 돌려주는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불분명하게 표현하면 적용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모아파트는 계약금 반환 전제조건으로 분양가가 입주 전까지 시세보다 몇 번 이상 낮은 경우 등의 세부 조건을 걸었는데,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도 쉽지 않다"면서 "계약금 안심보장제도라는 말에 무턱대고 계약하지 말고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