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상담에만 한 달”… 집값 하락에 주택연금으로 쏠리는 관심
자영업자인 A씨(61)는 최근 주택연금 가입 상담을 받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대기인원이 많아 상담을 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려고 전화했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면서 주택연금 가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소유자가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또는 일정기간 동안 매월 동일한 금액을 지급받는 제도다. 가입 시점을 기준으로 가입자의 연령과 주택가격(공시가격, 시가표준액, 시세 등)에 따라 월 지급금이 달라진다.
11일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만71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546건)보다 42% 급증한 것이다. 3분기말 기준으로는 주택연금이 출시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HF 관계자는 “신청자와 상담요청자가 모두 느는 추세”라면서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해 문의사항을 한꺼번에 질의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에 상담이 몰리는 일부 지사에서는 대기인원도 생겨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연금 가입자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다. HF는 주택금융운영위원회를 통해 매년 집값 상승률과 금리 추이, 기대수명 등 주요 변수를 재산정해 월 지급금을 산정한다. 집값이 비쌀때 가입해야 연금액이 커진다.
예를 들어 만 72세 1가구 1주택자가 6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월 일정금액을 종신지급 방식으로 수령할 경우, 월 지급금은 200만8000원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10억원으로 오른다면 월 지급금은 283만1000원이 된다. 종전보다 연금이 41% 증가하는 것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금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주(7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39% 내리며 27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도 전주 대비 0.38% 하락하며 2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첫째주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 2월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기준 공시가격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가입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 정부는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주택가격 대비 연금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보다 상향할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앞으로도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연금이 인기를 끌면서 일각에서는 세제 지원 등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이 가능하므로, 제도적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금액 100원당 조세지원액은 개인연금의 경우 11~16원이지만 주택연금은 1.6~2.2원에 불과하다”며 지원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는 주택연금 가입 주택에 대한 재산세 25% 감면, 주택담보등기 등록면허세 75% 경감 등 지원이 제공되는데, 이를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 고령층은 높은 빈곤율과 함께 높은 주택보유율을 보여 주택연금으로 인한 노후 빈곤 완화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형평에 맞고 비용효과적인 고령층 빈곤 완화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