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에서는 기존에 책정한 보류지 매각 최저가격을 고수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세웠다가 일부 조합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조합 청산을 늦추려고 일부러 안 팔릴 값에 내놓는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이 재건축 조합 임원은 “시장 분위기를 보면서 좋은 값에 팔려는 건데 오해를 받아 억울했다”고 했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진행하는 보류지 매각에서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과 재개발 과정에서 조합이 소송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팔지 않고 남겨두는 물건이다. 추후 매각할 때는 시장 가격에 맞춰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보류지 매각이 어려워지며 조합과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보류지를 싸게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측이 있는 반면, 싸게라도 빨리 팔고 조합을 빨리 청산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다.
11월 1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뉴스1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에서도 보류지 매각에서 유찰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과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 4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지난 10월 총 15가구를 보류지 매물로 내놨지만 모두 유찰됐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도 지난 8월 보류지 2가구 매각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치 르엘은 조만간 3차 보류지로 둔 2가구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치르엘은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 최저입찰가격을 조금 낮췄다”고 했다.서울 다른 지역 사정은 더 심각하다. 서울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전용면적 59㎡짜리 보류지의 최저 입찰가액은 7억5000만원. 하지만 시중에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는 올해만 11번째만 보류지 매각을 시도했다.
보류지를 매각하려는 조합은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일부 조합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보면 지금보다 나은 값에 보류지를 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당 기간 고금리가 이어질 것인 만큼 주택 매수 수요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매도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0.7로 지난주(72.9)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2월 25일(70.1)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상황 판단이 엇갈리다 보니 조합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 많다. 조합 재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낮게 매각에 나서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그렇다고 지난 해처럼 시장 호가를 모두 반영해 최저 입찰가액을 책정하면 유찰이 거듭되면서 조합 청산 시점이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합 청산이 뒤로 미뤄지면 일부러 조합 청산을 미루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 조합 청산을 의도적으로 미루면서 조합장과 임원들이 월급 명목으로 조합 재산을 축낸 사례들이 있어서 생긴 의심”이라면서 “심지어 보류지 매각이 잘 되지 않은 경우 조합 임원이 공로 포상 명목으로 조합원 분양가나 일반 분양가에 임의로 사가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30가구 이상 보류지에 대해서는 주택법 시행령(27조)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주택법과 주택공급 규칙이 정하는 일반분양 형식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보류지는 통상 30가구 미만일 때가 많다”면서 “이 때 처분 결정권은 조합에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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